목회 칼럼

신경숙 작가가 쓴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은 몸도 성치 않은 노모가 자식들의 편의를 위해 생일상 받으러 상경했다가 서울역에서 실종된 충격적이고 참담한 사건을 통해 잠시 잠깐 잊고 살았던 엄마라는 실존이 우리 삶 가운데 얼마나 크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새삼 일깨워준 슬픈 연가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드러나게 된 것은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이미 자식들 마음 속에 엄마를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었음을 뼈아프게 깨닫는다. 함께 살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밖에 모르고 살았다는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잃어버린 후에야 최소한 챙겨드렸어야 할 것까지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흐르는 시간 속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그렁깨, 있을 때 잘혀!” 어느 연속극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함께 있을 때 귀한 줄 모르고 있다가 잃어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너무나 큰 빈 공간 때문에 허탈해하며 왜? 엄마는 언제나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는 존재, 왜? 엄마는 언제고 내가 필요할 때마다 그 자리에 계셔야 되는 존재로 알았는지?... 엄마를 잃어버린지 9개월이 되어가는 즈음, 딸 지헌은 창세기 이래 인류의 모든 슬픔을 연약한 두팔로 끌어안고 있는 여인, 예수의 주검을 안고 있는 마리아의 피에타 상 앞에 잃어버린 엄마를 부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는 버림받는 것을, 남자는 실패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지만 사람은 누구나 나이들수록 누군가에게 잊혀져 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가족간의 대화가 원만하지 못하면 함께 살지만 서로 잊고 사는 것이다. 교회에서 교제가 원만하지 못하면 군중속에서도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로의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담긴 마음의 대화가 젊게 사는 비결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오늘 하루 살동안 우리는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말만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이 외롭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실지? 내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가던 발을 멈추고 서서 돌이켜 봐야 한다. 뜨거웠던 첫 신앙, 주고 받던 주님과의 첫 사랑을 찾아야 하고 그 때 맹세했던 언약들이 퇘색된 채 빛바래 있다면 지금이라도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신앙을 잃어버리기 전에 잊고 있는 것들을 다시 찾아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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